오늘날 전세계에서는 6000개가 넘는 언어가 사용됩니다.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만큼,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은 서로 소통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같은 문화권 내에서도,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은 의사 소통시 더많은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대부분의 건청인들은 수어를 배우지 않으며, 또 농인과 청각 장애인들이 자신의 입술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언어 장벽을 종종 불통과 오해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 세상에는 언어 장벽과 (비-)장애 간의 차이를 초월하는 것도 있습니다. 음악, 춤, 예술, 창의적 표현을 비롯한 각종 비언어적 언어들, 내재적 정동(/애정), 몸짓들이 그 예시입니다.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 역시 소통을 보조하는 한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장애인의 장애를 ‘비-장애화’하여 ‘정상적인’ 의사 소통에 적응시키는 도구로서의 컴퓨터가 아닌, 다만 다른 방식으로 배우는 사람들이 문화적 장벽을 넘어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는, 그런 창의적 언어의 한 종류로서 컴퓨터를 바라보면 어떨까요?

근 5년 간 저는 청각 장애인을 비롯하여,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한 공용어로서 컴퓨터 (즉, 프로그래밍 언어 및 전자 공학)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해왔습니다. 제 연구는 카르멘 파필라(Carmen Papila)의 ‘비-시각적 학습’과, 사라 헨드렌(Sara Hendren), 메릴 하퍼(Meryl Harper), 마라 밀스(Mara Mills), 리즈 잭슨(Liz Jackson), 챈시 플릿(Chancey Fleet)와 같은 예술가와 리서처들, 그리고 제 커뮤니티 멘토들의 아이디어를 근간에 둡니다. 그리고 사전 연구를 바탕으로 한, 실험적인 코딩 워크숍도 몇차례 진행하였습니다. 뉴욕시 청각 장애인 커뮤니티를 위한 “싸이닝 코더(Signing Coders: 수어로 코딩하는 사람들 )” 워크숍, 스스로를 장애인으로 정의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불확실한 학교(Uncertainty School)”, 그리고 홍콩의 시각장애인 고등학생을 위한 “인터넷을 만지다(Touching the Internet)” 워크숍이 그 예시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거쳐, 저는 각 장애인 참여자들이 서로 다르고 또 고유한 방식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그리고 온라인 서비스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배움을 통해, 연구의 다음 단계에서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제는 특정 장애 유형만을 위한 교습 및 학습 도구보다도, 현재의 교육과정상 ‘정상적’이라 여겨지는 것과는 또 다르게 배워나가는 개별 사례들에 대해 집중하고자 합니다.
마법 같은 수의 세계: 코딩과 수학
장애인 대상의 프로그래밍 수업을 수차례 진행하며, 학습자마다 수학 교육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는 기하학, 대수학, 미적분학에 능숙하고 또 더 많은 것을 빨리 배우고 싶어하는 반면, 누군가는 ‘느린’ 학습자로, 기초 수학이나 숫자에 대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학습자들 사이에서 보여지는 이러한 차이는 비단 장애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사실 인구 전반에 걸친 현상을 반영합니다. 이처럼, 학습자 개개인이 모두 다른 방식으로 수학과 관계를 맺는다는 점, 특히 대다수의 사람이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커리큘럼과 교육법을 재설계 중입니다. 직접 만질 수 있는 교구(블록, 카드 등)를 통해 수학적 개념을 먼저 소개한 후, 코딩과 컴퓨터를 접하도록 하는 것이 그 골자입니다. 이러한 교육 과정의 핵심 결과는 학생들이 학습 환경 속에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저는 “마법같은 수의 세계”라는 즐겁고도 포용적인 커리큘럼을 제작 중입니다. 공동 교육자들 역시 ‘다르게 배우는 사람들’에게 보다 협조적이고 또 의식적인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각종 교육 자료 및 행동 강령을 바탕으로 한 교육 훈련 가이드라인을 제작 중이기도 합니다.
원격 학습자를 위한 개인화된 커리큘럼
참여자마다 접근성에 대한 수요가 다른 가운데, 대규모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바 있습니다. 그간 저는 수어 통역, 실시간 자막, 이동 지원을 비롯한 여타 보조 시스템을 갖춘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접근성 요구 사항들 간의 충돌이 종종 발생하곤 했습니다. 향후 3개월 간은 1:1 및 소규모 그룹 워크숍에 방점을 두어, 학생들의 상상력과 접근성 요구 사항을 보다 세심히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긴밀한 연구 및 교육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스타일과 속도에 보다 협조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COVID-19 사태로 인해, 현재 저는 대면 워크숍에 대한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원격 및 비대칭 환경에서의 학습과 더불어 실시간 1:1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 중입니다.
연구 참여자들은 기초 HTML과 자바스크립트로 코딩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 워크숍은 ‘다르게 배우는 사람’과 그 가족 구성원에게 열려있습니다. 참여를 희망하는 분들은 제게 이메일(studio@taeyoonchoi.com)로 문의해주세요. 2020년 9월부터 12월 사이에 진행될 이 초기 연구에는 총 5명의 ‘다르게 배우는 사람’ 또는 그 가족 구성원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 연구 과정을 통해 ‘다르게’ 배우고 소통하는 사람들과 (우선은 온라인으로) 만나고자 합니다. 2021년 1월에는 한국인 청중을 대상으로한 공개 워크숍 시리즈를 기획 중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장애인으로 정의하는 사람들을 위한 포용적인 학습 환경을 만드는 데에 협조하려고 합니다. 반면, 전통적이고 또 의학적 구분에 따른 ‘장애’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참여자 나이 제한은 없으며, 좋은 사양의 컴퓨터를 갖고 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필요시, 참여자가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연구 참여의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데에 필요한 사항들은 신청서에 명시해주세요. 이 연구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후원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나 참여 과정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싶다면 제게 망설이지 말고 연락주세요.
2016년 불확실한 학교를 함께 진행한 서새롬 님, 서울시립미술관, 미디어시티서울, 로사이드, 잠실창작스튜디오, 틈사이로, 등 협력 기관, AUD, 번역을 도와주신 염인화 님, 코딩 예제를 도와주신 정보현 님, 최태윤 스튜디오 프로젝트 매니저 신재민, 프로듀서 최수현 님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Open Society Foundation) 인권 이니셔티브(Human Rights Initiative),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CHAT(Centre for Heritage, Arts, and Textile)의 후원을 받습니다. 프로젝트의 초기 연구는 프로세싱 재단(Processing Foundation)과 p5.js 팀, NYU ITP, NYU Ability Project, 2016 미디어시티 서울 비엔날레, 시적연산학교(School for Poetic Computation)의 교육자와 동문들, 그 외 많은 친구들, 동맹들, 협업자들의 지원과 협력으로 진행되었습니다.